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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rim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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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3)

전문가 릴레이 추천, 지금 가봐야 할 수제 맥주 펍

전문가 릴레이 추천, 지금 가봐야 할 수제 맥주 펍

각 펍의 경영자 혹은 베테랑 관리자이자, 공인 맥주 심사관, 맥주 잡지 발행인 등 각기 다른 맥주 이력을 가진 그들이 개성, 내실, 독창성 등을 추천의 이유로 꼽은 곳들. 다양한 맛과 모습을 가진 수제맥주의 새로운 면모를 한층 한층 발견할 수 있는 공간들로 안내한다.   

서울에서 24시간: 알뜰족

서울에서 24시간: 알뜰족

오전 9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24시간, 13가지 코스를 모두 실행하면 차비 제외 약 5만 원이 든다. 모든 행선지는 지하철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문화와 역사를 느끼는 관광, 배부른 먹방, 적당한 휴식과 낭만적인 파티가 있는, 돈 아껴도 초라한 기분은 들지 않는 코스다.

추석연휴에도 문을 여는 '좋은 바' 리스트

추석연휴에도 문을 여는 '좋은 바' 리스트

연휴라고 해서 "아무곳이나 가야"하는 건 아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은 곳이 필요하다. 이태원과 홍대, 강남, 종로 그리고 명동에서 연휴에도 문을 여는 '좋은 곳'들 리스트를 참고하시라.

Listings and reviews (10)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요즘 한국 수제 맥주계에서 단연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곳 중 하나. 캔메이커의 강기문 대표가 추천했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일산에서도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고, 그러길 강력 추천한다. “거길 뭐 하러 가? 시내에도 좋은 곳 쌔고 쌨는데.” 에디터의 경우처럼,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했을 때 이렇듯 부정적인 말이 들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은 외딴 곳에 자리한 플레이그라운드의 넓은 양조장 부지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당신의 가슴이 곧 뛰기 시작할 거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음료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천순봉 대표는 두 명의 파트너, 김재현 브루마스터와 김근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2016년 1월, 이곳을 열었다. 그 전 해부터 구상하고 준비했지만, 규제가 엄격한 국내에서 많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단순히 설비를 들여오고, 외국 레시피를 대입하는 것으론 안됐다.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재료가 다른 데다, 주 재료인 맥아 등은 보관 상태에 따라 캐릭터가 확연히 달라져  결과에 많은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성공적으로 양조할 수 있는 레시피를 새로 쓰는 쪽을 택했다. ‘한국적인’ 레시피에 초점을 맞추고, 가능한 한 많은 국내 재료를 공급받는다. 계절 맥주인 루비 세종(Ruby Saison)의 경우 바로 양조장이 자리한 일산 지역에서 난 복분자를 이용해 만든다. 콘텐츠도 한국적으로 만들어냈다. ‘놀이터’라는 이곳의 이름처럼 한국의 대표 놀이로 떠올린 것이 하회 별신 굿 탈놀이. 그 하회탈들이 각 맥주의 정체성으로 탄생했다. 홉을 충분히 사용해 맛이 깊고, 또한 비교적 잘 알려져 기성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라거 맥주는 ‘양반탈’, 혹은 ‘더 젠틀맨 라거’. ‘속이 안 보이는’ 흑맥주는 어딘가 꿍꿍이가 있을 듯한 ‘할미탈’, 혹은 ‘더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로. 스토리텔링에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재치를 담았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맥주 양조와 유통을 넘어 지식 전수와 국내 시장 전반의 지속가능성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계속 노력해야죠. 성숙을 통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전반에 R&D와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천순봉 대표의 말에서 가슴 뛰는 책임감이 전해져온다. 그와 이야기를 마치고 탭룸을 돌아보니, 이미 시끌벅적하다. “여기가 일산 명물이야. 주말엔 초저녁부터 자리가 없어.” 50대 손님은 테이블에 잠시 헬멧을 올려 놓고 말했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들러 목을 축인다고. 관심이 없다면 “뭐 하러” 가는지 모르는 이곳은, 사실 단골로 꽉 차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일산에 둥지를 튼, 다이린(Dairín)과 키어란(Kieran) 부부도 그중 하나다. “여기 맥주를 정말 좋아해요. 예전엔 운전해서 오는 방법 밖에 몰라서, 저만 맛있게 마시고 남편은 항상 참았죠 (웃음). 하지만 이젠 손쉽게 대리운전을 부를 수 있어서 함께 마시고 있어요.” “좋은 맥주는 역시 취하는 것도, 숙

캔메이커

캔메이커

‘아이디어를 현실로 참 잘 구현해 낸’ 곳이라며 사우어 퐁당의 조예림 매니저가 추천한 곳. 선물하고 싶고, 선물로 받고 싶은 가지각색 세련된 디자인의 캔 속에 맥주를 담아 낸다. 7종의 자체 맥주를 비롯해 부산의 갈매기 브루잉,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 등 전국 각지에서 양조한 수제 생맥주다. 종류는 무려 40가지. 하지만, 많은 맥주 애호가들을 서래마을로 이끄는 건 전국 맥주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한 포장이 아닌 독창적 콘텐츠를 한잔 한잔에 입혔다. 맥주별로 캔과 전용 잔을 비롯해 컵받침과 포스터를 시리즈로 제작했다. 그저 보기에 좋은 무늬가 아닌, 맥주를 해석해 시각화한 디자인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자체 맥주인 ‘브랫(Brat)’. 귀엽게 찡그린 표정의 캐릭터를 담았다. 5가지 홉을 사용한 ‘더블 IPA’로, 입안에서 퍼지는 다양한 홉의 쓴맛이 마치 되바라진 아이 같다는 의미다. '코스모스 아이피에이(Craftbros Cosmos IPA)'의 경우, 포스터를 입체적인 3D로 제작했다. 자몽, 오렌지, 패션프루트 등의 상큼한 열대과일 향과 쌉쌀한 호주 갤럭시(Galaxy) 홉 향의 조화가 우주를 이룬다는 것. “사람인 이상, 여러 가지 맥주를 마신 후 각각의 ‘맛’을 기억하긴 힘들죠. 혹 기억하더라도,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고요. 하지만, 연관된 이미지가 있다면 다시 떠올리기 쉽죠. 실제로, 매장에 재방문해 ‘이런 이런 그림 맥주 주세요’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맥주의 맛과 재치 넘치는 해석을, 보기에도 예쁜 기호로 만들어 잊지 못할 심상을 심어준다. 한 잔의 음료로도 ‘경험’을 갖게 하는 영리한 방법이다. 지속적으로, 2달에 한 번 작가들과 협업해 디자인을 출시한다. 철학을 전공한 탓일까.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다가온다고 강기문 대표는 말한다. 저녁 6시, 캔메이커가 문을 열 즈음, 맑던 하늘이 어두워지고 여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내 널찍한 펍에서 빈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서래마을의 조용한 골목.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푯말 디자인을 입은 자체 맥주, ‘강남 페일에일’ 수십 캔이 한쪽 벽을 멋스럽게 채운다. 그 안에서 손님들은 새로운 시각과 미각적 경험을 통해 전에 몰랐던 강남의 심상을 새로이 새기고 있었을 테다.

옥스 바(OX BAR)

옥스 바(OX BAR)

취재를 위해 방문했지만 두고 두고 찾게 될 곳을 만나는 것, 에디터로서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직감이 너무 강해 오히려 걱정스러워지는 곳도 있다. 최근엔 한남오거리의 리첸시아 아파트 뒤쪽,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옥스 바(OX Bar)가 그랬다. 40평 정도의 어둑한 지하 공간에서 스테이크와 칵테일을 전문으로 한다는 옥스 바의 프로필은, 실력 있는 믹솔로지스트와 세심한 홀 서빙 매니저, 그리고 장인정신을 가진 주인에 의해 손님을 위한 특별한 경험으로 나타난다. 조금은 비밀스럽게 펼쳐진 계단을 따라 바 내부로 들어서면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먼저 눈에 띈다. 물론, 장식의 용도는 아니다. 한 마리씩 들여온 소고기가 세심한 손질을 거친 후 최상의 상태에서 조리돼 나오는 이곳에선 꼭 필요한 공간이다. 앉은 직후 서빙되는 웰컴 드링크는 송송 썬 대파가 띄워진 한국식 곰탕. 콘셉트를 위한 장치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뜨니 서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수준의 정직하고 깔끔한 맛이다. 병에 든 생수와 함께 준비되지만, 커버 차지는 없다. 메뉴는 티본(T-bone) 스테이크를 비롯해 로스트 비프(Roast beef), 송아지 정강이 고기에 토마토 소스를 얹은 오소부코(Ossobuco) 등으로, ‘옥스(Ox)’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 소고기 요리다. 사용되는 부위의 숙성 정도에 따라 적절히 구워 낸다. 고기를 주문할 때 원하는 굽기 정도를 묻지 않는다는 말이다(따로 원하는 굽기가 있다면 직원에게 별도로 부탁할 수 있다). 그렇게 간단히 주문해 나온 고기의 맛은, ‘적절하다’는 표현에 수긍이 가게 한다. 먹기 좋게 썰린 밝은 선홍색의 조각들은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입 안에서 탄력을 발휘하고, 마지막에는 미묘한 감칠맛을 낸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바에는 칵테일 주문이 쉴새 없이 밀려든다. 그럼에도 바텐더들은 한결같이 여유로운 기교로 칵테일을 만들어낸다. 바 섹션을 담당하는 이수원 매니저는 클래식 칵테일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함께 팀을 이룬 최범규 바텐더와 함께 옥스 바를 통해 영리한 조합의 다양한 생과일 칵테일을 소개하고 있다. 바 카운터 위에 놓인 석류, 사과, 레몬, 파인애플 등을 후하게 넣어 내는데, 클래식 진 피즈(Gin fizz)에 한라봉을 조합한 ‘한라 피즈’는 청량감과 밸런스가 좋다. 한라봉 한 개를 통째로 넣었다지만, 신맛과 단맛, 알싸한 맛 중 어느 하나 지배적인 맛 없이 상쾌하다. 옥스 바의 서비스와 맛, 분위기의 표면은 정제성과 능란함이다. 모두 상당한 것이지만, 그 안에 담긴 특별한 진정성과 경쾌한 고지식함이야말로 이곳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이곳을 알게 된 이상 매일 저녁 퇴근 후 모범생처럼 집에 가는 생활을 이어나가긴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미각뿐 아니라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고민이다.

더 링크 서울

더 링크 서울

이태원의 우사단로 14길과 10길이 만나는 지점, 인근의 여러 트랜스젠더 바와는 달리, 더 링크 서울은 외관의 시원하게 난 창문이 먼저 눈길을 끈다. 지금은 별 볼 일 없이 조용한 곳이지만, 13년 전에는 ‘진짜 이태원’이라 불렸던 지역이다. 뉴욕 윌리엄스버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문을 밀고 들어가면 기대보다 훨씬 널찍한 공간과 카운터, 그리고 운치 있는 테라스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LGBT 공연들로 보자면 더 링크 서울은 ‘LGBT 프렌들리’ 바가 확실하다. 그러나 LGBT 행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이름처럼 예술을 비롯한 각계의 사람들이 문화를 공유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오랜 친구인 듯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과 바텐더가 있어 혼자라도 즐거울 수 있고, 편안한 소파나 시원한 테라스에 앉아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떨기에도 좋다.

한스 앤 그레텔

한스 앤 그레텔

23년동안 한곳을 지킨 한스 앤 그레텔. 양질의 치즈와 훈제식품을 구입해야 할 때 에디터가 항상 찾는 곳이다. 특히, 맛깔스러운 파스트라미와 풍미 깊은 에이지드 고다 치즈는 한 번 시식하면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품목. 누구라도 간단한 방법으로 ‘인생 샌드위치’를 만들게 해주는 그뤼에르와 레지아노 치즈뿐 아니라 오렌지 올리브 오일과 같은 특별한 재료도 판매한다. 값이 좀 나가는 송로버섯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절임은 작은 분량으로 나누어 팔기 때문에 소량의 식사를 준비할 때 유용하다. 요리에 서툰 에디터도 이곳에서는 즐겁게 장을 본다. 각 식재료의 특징과 요리법을 친절히 알려주는 주인이 있기 때문. 물론, 이곳의 모든 단골이 요리에 서툰 건 아니다. 이 곳의 재료를 오랫동안 믿고 쓰는 레스토랑과 바, 그리고 개인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찾는 외국인 셰프들도 여럿 있다. 품질과 가격 유지를 위해 백화점 입점을 마다해 온 한스 앤 그레텔은 최근, 한남오거리에 신축된 아이파크 상가로 이사했다.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주인의 열정. 특별한 홍보 없이도 많은 단골을 거느린 이유다.

뚜두(toudou)

뚜두(toudou)

서래마을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뚜두 안,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김경림 대표는 고아하면서도 따뜻한 시크함을 풍긴다. 카운터 아래로 진열된 초콜릿을 보니 어딘가 모르게 그녀와 같은 느낌이다. 네 가지 색조의 해골 모양 초콜릿, 동그랗게 배열된 에펠탑 모양의 초콜릿, 브랜드 인장이 찍힌 막대 아이스크림 모양의 초콜릿 등 독특하지만 정제된 디자인의 제품을 세련되게 담았다. 김 대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후 르 꼬루동 블루의 파티세리 과정을 수료하고, 쇼콜라티에가 됐다. 2013년 말 문을 연 뚜두는 숍인 동시에 공방의 성격이 강하다. 여러 명품 브랜드의 VIP 기증품 제작과 디저트 케이터링 작업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김 대표가 초콜릿을 다루는 마음가짐이다. “초콜릿은 성질 자체가 수분과 온도에 민감해요. (온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는 곳들도 있지만) 저희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초콜릿이 녹으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죠.” 뚜두는 원래 카페 메뉴도 갖췄었지만 그런 이유로 지금은 초콜릿에만 집중하게 됐다. 숍의 문을 여닫을 때 발생하는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았던 아이스 초콜릿은 아직도 찾는 이들이 많아 여름 한 철 동안만 테이크 아웃 형식의 판매를 고려 중이다. 그녀가 생화로 장식해 만든 작품들은 기념일이면 늘 넘치는 예약으로 인해 수량이 부족할 정도지만, 같은 이유로 인해 작품의 방향을 다양히 해왔다. 초콜릿의 상태 유지를 위해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비롯해 수분이 없는 재질을 접목한 것. 석고로 만든 은은한 색조의 장미는 디퓨저용 소품으로, 초콜릿과 어우러져 우아한 시각 구성을 완성한다. 5월에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카네이션 생화 기프트 박스를 만나볼 수 있다. 김 대표의 작품은 다크 초콜릿 위주로 단맛이 강하지 않고 깔끔하다. “어른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에 수긍이 간다. 에펠탑 모양의 초콜릿을 담은 ‘러브 에펠’ 상자에는 코냑을 첨가한 초콜릿도 곁들였다. 벚꽃 모양으로 제작한 초콜릿 쿠키는 소량만 제작했지만 밀려드는 주문에 4월 말까지 추가 제작 중이다. 반응이 좋다면 같은 제품을 거듭해서 내놓을 만도 한데, 김 대표는 매년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일 년 내내 구상을 이어간다.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것도 모자라 초콜릿 틀도 직접 디자인한다는 그녀는 향상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타고난 듯하다. 개인 작업과 케이터링으로 바쁜 일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곧 강습도 시작해야죠”라 덧붙인다. 그럼에도 여유로운 미소로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김 대표를 보니, 뚜두의 인기는 디자인과 맛뿐 아니라 닮고 싶은 그녀의 모습에도 그 이유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꽃차(KOTCHA)

꽃차(KOTCHA)

예식업계의 베테랑이었던 박유진 대표는 플로리스트로서의 삶을 위해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대학에서 화훼 조형학 과정을 이수한 후 트레일러에 독특한 자신만의 숍을 꾸몄다.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은 뒤돌아보게 되는, 동화에서 나온 듯한 모습의 캠핑카다. 이름도 ‘꽃을 파는 차’, ‘꽃차(KOTCHA)’다. 외관 때문에 진짜 숍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만, 4개월 전 탄생한 그녀만의 작고 향기로운 공간은 이미 많은 ‘단골 친구’를 불러모았다. 아담하고 아늑한 캠핑카 속은 박 대표의 열정과 실력, 진심을 발휘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 됐다. “여자친구분이 리시안셔스를 좋아하시나 봐요.” 그녀는 이곳을 찾은 손님과 친근한 대화를 이어가며 정성스레 꽃다발을 만들어 나간다. 마음을 써 완성한 결과물은 테가 났다. 여러 가지 건강한 생화와 함께, 공간의 한쪽에는 아기자기한 디퓨저도 진열돼 있다. ‘화훼 조형학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취미로 만들었어요.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계속 원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웃음)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꽃집에서 판매하는 것이지만 ‘들러리’ 성격은 아니다. 유해물질 검사를 완료하고, 한눈에도 탐이 나는 유리병에 고급스럽게 담았다. 꽃만 건네기엔 조금 허전하고 선물을 함께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가격대로 준비했다. “한국에서 꽃은 특별한 날 선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잘해드리고 싶고… 이 주변엔 학생분들이 많아서 부담 없이 선물하실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고 있어요.” 꽃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소리에서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그런 주인의 목표는 꽃차를 사례 삼아 자신과 같이 사업을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아이디어와 도움을 주는 것이다. “희망 사항이죠”라며 그녀는 웃었지만, 작은 꽃다발에 넣을 수국 한 송이에도 진심을 담는 손길을 보니 그 꿈은 곧 봄을 맞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한남북엇국

한남북엇국

시원하고, 끝맛엔 달콤함이 도는 뜨끈한 북엇국 한 그릇. 이 소박한 음식을, ‘어른’들은 때때로 집이 아닌 밖에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얼큰하게 취한 다음 날이 아니더라도, 간소하지만 온몸이 든든해지는 한 그릇이 필요한 날이 있는 것. 한남동이 뜨기 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한남 북엇국은 그런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집이다. 북엇국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반찬은 보통 서너 가지. 오징어 젓갈, 나물 등으로, 그날 그날 다른 구성이다. 소박하지만 몇 술에 든든해지는 한 그릇이 조금은 깍쟁이 같은 맛이 있는 이 동네에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상호만 보면 단일메뉴만을 구비하고 있을 듯한 이곳엔 사실 수십 가지의 어려운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생대구탕과 병어조림 등의 식사 메뉴뿐 아니라 민어회를 비롯한 각종 회, 돼지고기 수육, 전 등의 다양한 안주거리는 이 집에 많은 단골들이 드나드는 이유다. 식재료들은 통영, 목포 등지에서 신선한 상태로 납품 받는다. 모두 이 집의 주인이 한남 북엇국을 열기 전 사업을 하며 친분을 쌓은 납품처에서 공급받는 것. ‘삼겹+홍어+문어’, ‘뿔소라+문어’ 등 두 세가지 메뉴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세트도 눈에 띈다.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주류는 막걸리와 맥주, 소주에 국한돼있지 않다. 글렌리벳 등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와인도 준비돼 있어 겉모양 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한 어른들의 모임에 어울린다.

댄디스 그로서리

댄디스 그로서리

화려하진 않지만, 흔히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이곳. 톡 쏘는 맛이 좋은 루꼴라와 샌드위치에 풍미를 더하는 딜 등의 채소는 소량으로 판매된다. 각종 수입 조미료와 오일은 다른 외국 식료품점에 비해 저렴하며, 향신료의 종류가 다양하다.   외국에 거주하며 한국 요리에 필요한 깻잎, 부추 등의 재료를 구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지? 댄디스 그로서리의 냉동식품 코너에는 미국 남부 가정식에 빠지지 않는 오크라 등의 채소와 통 칠면조 등의 육류까지 준비돼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식재료다.   고향의 맛이라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과자와 사탕이다. 이곳에서는 리세스 땅콩버터 초콜릿(한국 내에서 구할 수 있는 곳을 묻는 글이 인터넷 상에 자주 올라온다) 등 대형 식료품점에서도 흔히 구할 수 없는 간식을 판매한다(인기 있는 아이템은 보물찾기에서 이긴 듯 사재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종종 매진되곤 하지만).    이 밖에도, 6팩으로 포장된 사무엘 아담스 등의 수입 맥주와 1만원 대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어 장보기에 편하다. 익숙지 않은 재료를 하나 하나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분위기라 더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

5 out of 5 stars

리뷰 쓰기가 망설여진다. 맥주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에디터 추천으로 이 곳을 방문한 후 다른 맥주는 마시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에디터의 경우는 그렇다.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1988년 시작된 구스아일랜드 양조장은 부근에 위치한 시카고 유일의 섬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맥주 이름도 시카고 다운타운의 지역번호를 딴 ‘312 어반 윗 에일(Urban Wheat Ale)’, 지하철 호선명을 딴 ‘그린 라인 페일 에일(Green Line Pale Ale)’, 시카고 주기(州旗)를 상징하는 ‘포 스타 필스(Four Star Pils)’ 등 탄생지에 관련된 모티프를 담고 있다. 2016년 12월 역삼동에 문을 연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는 현재 5종의 생맥주와 12종의 병맥주, 그리고 5종의 미국 타 브랜드 맥주와 칵테일, 스피릿을 구비하고 있다. 맥주와 페어링하기 좋은 메뉴도 몇 가지 준비돼 있다. 스테이크 메뉴(4만7000원 – 7만5000원)를 제외하곤 대부분 1만5000원에서 2만원 선으로 맥주 가격 보다 부담 없는 편이다. 반죽에 소피(Sofie) 맥주를 넣어 튀긴 칼라마리와 두툼한 수제 베이컨을 통째로 얹은 시저 샐러드 등, 모두 푸짐하며 격식을 차리지 않은 미국식이다. 공간은 1,2층뿐 아니라 루프톱 좌석과 프라이빗한 배럴룸(예약제로만 운영)으로 구성되어 널찍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주중에도 대기 필수다).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맥주 중 에디터가 추천하는 종류는 3가지. 먼저, 생맥주로 마실 수 있는 ‘구스 IPA’는 선명한 주황색으로, 부드러운 탄산에 망고, 패션프루트 등의 열대과일 노트가 얌전히 느껴진다. 홉 향이 조화로우면서도 쓴맛이 엷어 평소 IPA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소피(Sofie)’는 오렌지 껍질과 함께 와인배럴에서 숙성된 벨기에 스타일 에일. 엘더플라워 같은 꽃 향기가 입안으로 퍼지는 ‘화사한’ 맛의 맥주다. 적당한 탄산과 함께 부드럽게 넘어간다. 약간의 신맛과 단맛, 알싸한 맛이 공존하지만 어느 하나 지배적인 맛 없이 조화롭고 ‘겸손한’ 맥주. 끝에는 크리미한 질감과 바닐라 향이 엷게 감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마지막 맥주는 ‘버번 카운티(Bourbon County)’. 30년 이상 버번이 숙성된 배럴에 스타우트를 채워 2년 넘게 숙성시킨 병맥주다. 탄산이 거의 없고 잔에 따랐을 때 거품도 거의 형성되지 않아 놀랄 수 있다. 그만큼 무겁고 ‘장대한’ 맛. 버번과 다크 초콜릿, 바닐라, 캐러멜, 그을린 오크 나무 향이 깊이를 더한다. 맥주 애호가라면 평생 한번은 꼭 경험해야 할 특별한 맥주다. 500ml 병이 7만5000원으로 가까이하기 힘든 가격이지만 그저 ‘맥주’라 칭하기엔 너무나 큰 무언가이기에, 와인을 대신하는 축하주로써 탁월하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것이 괴짜를 의미하진 않는다.’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를 나서며 (사람이 아닌) 맥주에 대해 느낀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며 하나 둘씩 제때에 각자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