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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young Park

Jin-young Park

Articles (44)

서울에 소문 난 이색 바

서울에 소문 난 이색 바

사람마다 술을 마실 때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바 스툴에 앉아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을 들으며 춤출 수 있는 분위기, 무엇보다 '물'이 좋아야 하는 분위기 등등. 이런 분위기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지금 소개하는 바들을 공략할 것. 인도네시아의 꼬치 요리도 맛볼 수 있고, 맥주를 마시며 탁구를 칠 수도 있다. 선곡이 끝내주는 LP바도 있다. 개미집의 '맥걸리'는? 위스키와 막걸리의 궁합은 먹어보지 않는 이상 상상할 수 없다. 

아는 사람만 간다는 시크릿한 바

아는 사람만 간다는 시크릿한 바

요즘 서울은 간판 없는 바가 장사가 더 잘 된다. 문 대신 묵직한 서재가 수수께끼를 내는 바에서 꽃집 속에 숨어 있는 '앨리스'까지, 네이버에 주소를 찍고 가도 위치를 알 수 없는 바들이 여럿이다. 그렇다면 스피크이지 바는 어떻게 생긴 걸까? 1920년대 미국은 술을 팔 수 없는 금주령 시대였다. 몰래 술을 팔던 바들은 바텐더들이 술을 거래할 때 ‘조용히, 들키지 않게 말'을 하며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자 했다. 또한 이발소, 꽃집, 학교 앞 구멍 가게 등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가게 뒤에 몰래 바의 공간을 만들고, 간판을 걸지 않았으며, 심지어 암호도 있었다. 이런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바가 최근 2~3년 사이, 새로운 바 스타일로 세계적으로(특히 아시아) 유행하기 시작한 것. 꼭꼭 숨어 있는 바의 문을 열었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은 스피크이지 특유의 매력이자, 이곳의 ‘술맛’을 제대로 맛본 단골 손님들이 공유하는 특권이다. 딱 잘라 말해 ‘특권’은 직접 헤매고 마셔봐야 몸소 느껴볼 수 있다는 말이다. 법이 만들어낸 낭만이라니, 술이 땡길 수 밖에 없다. 

무료로 갈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무료로 갈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이날에는 주요 미술관의 상설전시, 박물관과 고궁 입장이 하루 종일 무료다. 오후 6시 이후 특별 전시가 50% 할인되는 DDP와 한가람미술관은 예외. 전시를 비롯해 영화, 공연, 스포츠 경기와 거리공연의 가격 또한 수요일의 덕을 보는데, 수요일이 아니여도 전시와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문화가 없는 날, 무료로 문화를 누리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위스키와 칵테일이 끝내주는 바

위스키와 칵테일이 끝내주는 바

“칵테일? 그건 분위기 내러 온 여자들이 먹는 술 아니야?” ‘상남자’, 또는 ‘술다운 술’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칵테일을 멀리하는 이유다. 이들의 마음이 닫혀있는 건 사실이지만,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독주를 베이스로 과즙, 리큐어, 시럽 등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은 도수 보다는 조화의 미학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 본연의 맛을 살리는 칵테일도 있고, 들어간 재료는 많아도 코를 찡그리게 되는 칵테일로는 ‘칵테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맨하탄이 있다. 바다보다 푸른 차이나 블루나 미도리 사워를 마시고 ‘이게 술이야?’ 감탄하며, 실망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바텐더의 탓이 아니라는 것도 이참에 알려준다.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이 칵테일 둘은 모두 주스 같이 달고, 진하게 섞여 나오는 게 정석이다. 위스키 또한 마찬가지다. 독하고 비싼 술만은 아니라는 소리다. 매주 한 위스키를 선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바는 한남동에 있고, 은은한 오크 향이 나는 ‘가벼운’ 위스키를 더불어 소독약 냄새가 허를 찌르는 아일라산 위스키도 길들여지면 홍어처럼 찾게 된다. 하지만 당신의 취향은 위스키 병만 보고 판단할 수 없으니, 바에 있는 바텐더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를 권장한다. 그들은 술에 있어서는 전문가이고, 사실 당신과의 술 이야기를 은근 기대하고 있으니까.

정원이 있는 식당과 찻집

정원이 있는 식당과 찻집

냉랭한 에어컨 바람은 이제 안녕. 도심 속에 있지만 여행을 떠난 것처럼 나무가 우거진 서울의 정원 카페를 소개한다.

Seoul eye: 정연두가 찍은 ‘가족사진’

Seoul eye: 정연두가 찍은 ‘가족사진’

가족사진치고 가족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없다. 스튜디오에서 새하얀 조명을 맞아본 적이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입지 않는 옷 매무새를 바로잡다 보면 사진가의 목소리 들려온다. “자, 자연스럽게 웃어보세요”. 이렇게 낯선 곳에서 화목한 척을 하라니! 하지만 정연두의 사진 속 인물들은 비교적 편안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생소하다. 척추를 곧게 펴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가족들. 그들의 미소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사진은 단순한 인물이 아닌, 각각 가족의 분위기를 살려낸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가족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지금 꼭 가봐야 할 강남 바와 술집

지금 꼭 가봐야 할 강남 바와 술집

엉덩이가 푹 꺼지는 고급 가죽 소파에서 분자 스타일의 칵테일까지, 오늘 하루는 귀족같이 마실 수 있는 강남 일대의 바를 소개한다. 바가 어색하면 일단 술집부터 시작해도 좋다.  

Seoul eye: 전국노래자랑은 계속된다

Seoul eye: 전국노래자랑은 계속된다

라디오를 스마트폰처럼 애지중지했던 80년대. 핸드폰으로 TV를 챙겨 보는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시절이지만 “전국노래자랑”은 X세대가 태어나기 전부터 경기도 오산의 슈퍼우먼, 노래하는 충남의 할머니 등 연령과 국적 불문의 독특한 재주꾼들을 조명해왔다. TV에 비춰지는 순간 연예인으로 급부상하고, 방송이 끝나면 동네에서 알아주는 재주꾼으로 돌아가는 ‘빤짝스타’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순식간에 잊혀지는 것이 또 순리였다. 그러나 변순철은 2005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출연자들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Q&A: 댄&리아 퍼잡스키

Q&A: 댄&리아 퍼잡스키

10살 때 루마니아 예술 학교에서 처음 만나 지금은 부부가 된 댄과 리아 퍼잡스키. 댄은 미술관 벽면에 마커로 만화 같은 낙서를 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고(실제로 루마니아 신문사에서 매주 일러스트 작업을 연재한다), 리아는 전 세계의 미술관 아트숍에서 수집해온 물건과, 과학과 미술사를 공부하며 손으로 필기해온 노트와 사진을 거대 설치 드로잉으로 엮는 작업을 한다.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이들이 토탈미술관에서는 ‘지식박물관’을 함께 꾸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시 오프닝 날 작가들을 찾았다. 댄은 2리터짜리 삼다수 병을 텀블러처럼 들고 나타나 말끝마다 농담을 던졌고, 리아는 작업 하나하나를 박식한 사학자처럼 친절하게 설명했다.      전시를 위해 댄은 마커 네 자루, 그리고 리아는 설치할 물건들만 간단하게 챙겨왔다.  댄 작고 비싸지 않은 물건들로 값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1월부터 토탈미술관으로 보낸 엽서들은 전시 첫 번째 부분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 작업을 하는 데 30달러 정도 들었다!    리아의 ‘지식박물관’은 지구, 몸, 예술 등 7개 부서로 구성된 일종의 삼차원적인 도표라고 할 수 있는데, 글은 모두 영어로 쓰여 있다. 한국 관람객은 작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리아 사진과 물건들. ‘이 물건들은 왜 여기에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 거야? 난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갖고 집중하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인생과 똑같다.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석해주는 번역가는 없으니까.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벽에 직접 그린 댄의 드로잉에서 식스팩을 머리에 단 사람이 돋보인다.  댄 사람들은 배에 식스팩을 만드는 데 온힘을 다한다. 그런데 머리는? 그게 정말 중요한데(나같이 식스팩이 절대 생기지 않을 사람이라면 더욱). 이렇게 유머 코드를 넣으면 작업은 관람객과 소통하기 쉬워진다. 내 드로잉을 보면 12년 동안 예술 교육을 받아온 게 티가 나지 안 나지 않나?    둘 다 사회적인 이슈를 작업의 주제로 다룬다. 작업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곱씹을 비평적인 질문을 제시하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댄 나는 정치 운동가가 아니지만 내 드로잉은 뉴스에서도, 시위 운동에서도 전 세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리아 예술로 세상을 바꾸는 것. 이런 ‘매직 파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모두가 기본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싶다. 하지만 작업으로 정치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잘하거나 배워온 종목도 아니다. 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란 루마니아 여자고, 민주혁명 후 25년간 전 세계를 여행했다. 이 행성의 시민으로서 세상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교육을 받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빵을 잘 굽는지, 머리를 잘 자르는지 모르니까.   장소가 아닌 시대에 영향을 받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서울과 연관된 작품도 있나? 댄 꽤 많다. 박스

추석은 명절답게 놀자

추석은 명절답게 놀자

가족이 운영하는 밥집은 죄다 문을 닫는 추석. 밥은 집에서 가족들이 모여 먹는 게 예의이지만 갓 쪄 내온 송편까지 해치우고 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는 게 사실이다. 엄마 아빠 모시고 대체 뭘 해야 하지?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는데. 지구를 무찌르고 싶은 사촌동생과 명절에도 그냥 뉴스가 최고라는 아빠 사이에서 우리가 꺼낼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추억과 나들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전국 곳곳의 동네에서 빌딩째 옮겨온 ‘추억의 거리’가 있다. 겨울이면 연탄난로로 불을 지핀 소격동의 화개 이발소.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연 노라노 여사의 노라노양장점. 그리고 라면땅과 쥐포를 움켜쥐며 낄낄거렸던 만화방에 들어가면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거나 겪어보지 못한 60–70년대 상점에 잠시 앉아 쉬어가기 좋다. 그리고 9월 19일(토)과 30일(수) 저녁 7시 반에는 문화 공연인 “그땐 그랬지”가 시작된다. 느끼한 목소리로 신청곡을 받는 약속다방 DJ와 장난 전화에 혼이 팔린 만화방 아줌마를 보면 정말 박물관이 살아난 느낌. 9월 14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하고 당첨되면 뮤지컬 “몽당연필”까지 관람할 수 있다.  뻔하겠지만 다음 소개할 추억의 장소는 인사동과 북촌한옥마을이다. 주말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 감고당길은 물론 아라리오뮤지엄, 정독도서관 등에 가면 사랑을 이야기하는 풍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거문고 선율부터 라틴 재즈까지 무료로 즐기는 북촌 뮤직페스티벌(9월 12일 – 13일)도 열린다. 사전 예약 없이 한지 손거울을 만들 수 있는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은 날마다 새로운 공예 놀이를 제공한다. 한옥과 옛날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깔린 길을 따라 청계천까지 거닐면 학창시절의 교복이 아직까지도 어울리는지 알아볼 수 있는 ‘추억의 판잣집’이 청계천 문화관 앞에 있다. 9월 5일에는 ‘거리 예술 페스티벌’이, 그리고 14일부터 17일까지는 ‘서울장터’가 모두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목포의 굴비, 여수의 돌산갓김치 등 싱싱한 명절 선물도 미리 구입할 수 있고, 작년에는 3일 내내 퓨전 국악과 전통 무용 공연이 장터의 흥을 돋웠다니 올해도 기대해볼 만하다. 티비 주도권은 조율하기 힘들어도 밖으로 나가 온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 놀이는 함께할 수 있다.

지금 무료로 볼 수 있는 전시

지금 무료로 볼 수 있는 전시

대형 전시라고 모두 입장료가 만원이 넘는 게 아니다. 해방을 기념해 열리는 이쾌대의 대형 개인전은 입장료가 없다!

News (2)

seoul eye: 7 shades of Seoul

seoul eye: 7 shades of Seoul

 6만 3천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유저 ‘Seoul_stateofmind’. 서울의 일상을 여행하는 그의 7가지 시선.                                                       그가 찍은 서울은 흑백 사진은 아니지만 무채색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무엇보다 도회적이다. 한국민속촌 포스터에 등장할 만한 촌스러운 풍경도 그의 사진 속에서는 매우 도시적으로 탈바꿈한다. 여의도 오피스타운, 청계천, 버티고개 지하철역, 북촌의 뒷골목 등 서울 곳곳의 풍경이 담겨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6만3천여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는 ‘Seoul_stateofmind’ 유저의 이야기다. 그의 이름은 켄 리(Ken Lee). 홍콩계 영국인인 그는 ‘이권남’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가지고 있다. 광주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으며, 서울 곳곳을 찍기 위해 수시로 올라온다. 서울만 찍는 건 아니지만, 그가 주로 올리는 사진 속 주인공은 서울이다. 광고 속에 담긴 서울이 아닌 스스로 찾는 서울의 매력을 기록하기 위해 찍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절제되고 무채색 느낌의 도시 사진은 여느 풍경 사진과 차별화된다.                                                        처음에 켄은 런던에 계신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페이스북과 트위터까지 네 개의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 세계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갖는 ‘인스타밋[WWIM(Worldwide InstaMeet)]’을 두 번째로 주최하기도 했다. 일상을 기록할 땐 주로 갤럭시 S4로 사진을 찍고, 의미 있는 장소를 소개하고 싶을 땐 배낭 속 캐논 5D마크II를 꺼내 든다. 서울에 올라오지 않을 때는 주로 광주 집 근처 동네를 탐험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언젠가는 오롯이 사진작가로 사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앵글에 담긴 서울을 소개한다. <img id="7a64fa71-a439-6b64-aa26-9ddffea19a9c" data-caption="" data-credit="" data-width-class="" type="image/jpeg" total="318391" loaded="318391" src="http://media.timeout.com/images/102520215/image.jpg" class="photo lazy inline">   <img id="7d9605db-88a7-635e-8bfc-299e3c6729b5" data-caption="" data-credit="" data-width-class="" type="image/jpeg" total="418111" loaded="418111" src="http://media.timeout.com/images/102520214/image.jpg" class="photo lazy inline">        

공항에 갇힌 톰 행크스처럼 돈 없이 하루를 버텨봤다.

공항에 갇힌 톰 행크스처럼 돈 없이 하루를 버텨봤다.

9:30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밖을 나섰다. 간단하게 카메라랑 교통카드만 챙겼다. 10:00 자전거를 빌리려고 청계천으로 걸어갔다. 아파트 경비실같이 생긴 작은 유인 대여소에서 신분증을 내고,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 그렇게 공짜로 파란 자전거가 생겼다. 10:40 청계천을 따라 성수대교까지 페달을 밟았다. 볕이 좋아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러 온 사람이 꽤나 많았다. 공짜 자전거라 그런지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잘 붙지 않았다. 11:15 성수대교를 하늘에 끼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서울숲에 들어섰다. 커플과 가족 사이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잔디밭에 몸을 뉘었지만, 3시간 안에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는지라 잠이 오지 않았다. 대신 생태숲으로 돌아가 꽃사슴을 구경했다. 구제역 때문에 먹이 주기 체험이 중지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듦과 동시에 배가 고팠다. 13:00 왔던 길을 달리며 자전거 대여소로 돌아갔다. 신분증을 돌려받으며 사무실에 들여놓은 정수기가 눈에 띄었고, 옆 화장실에 가는 척하다가 물을 마셨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물에서는 단술 맛이 났다. 13:40 파묻힌 갈비뼈가 드러나지는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배가 고팠다. 가장 크고 가까운 왕십리 이마트로 갔다. ‘부담 없이 맛있게 드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고기 만두, 냉면, 과일 스무디, 생두부와 과자 등을 마음껏 먹었다. 민망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15:00 광화문 역에서 내려 루이 비통 전시회를 둘러봤다.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5분 정도 기다리니 입장이 바로 가능했다. 현장에서는 루이 비통 장인이 작은 트렁크인 ‘쁘디 말’을 직접 만들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의 언니뻘은 되어 보였다. 16:30 전시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마주쳤다. 돈의 ㄷ자도 꺼내지 않았는데 얼굴에 안돼 보였는지, 그녀가 선뜻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테라로사 커피에서 얻어 먹는 아이스 드립 아메리카노는 눈물 나게 끝내줬다. 17:45 교보문고 책꽂이에 기대어 “엄마의 살림”을 읽었다. 직접 기른 나물로 차리는 “킨포크”식 밥상과 시골살이를 담은 책. ‘냉이 넣고 끓인 된장국에 엉겅퀴와 비름나물 무침’은 읽기만 해도 침이 고였다. 마음만 살찌우고 나왔다. 20:30 허기를 달래려고 야경을 찾았다. 뚝섬 자벌레 1층에서 열리는 “써주세요” 전시를 보고 지상으로 내려오니 젊은 친구들이 모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급하게 결성한 KICA라고 해요!” 패기에 웃음이 터졌다. 남자 둘이 서로를 마주 보고 노래를 하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22:30 집에 오자마자 월드콘을 뜯어 먹었다. 역시 돈 없이는 처절하게 배고픈 하루였다. 다음에는 간단한 간식거리나 도시락을 챙겨 남산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