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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eo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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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76)

낭만이 넘치는 8월의 이색 영화관

낭만이 넘치는 8월의 이색 영화관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지면서, 스크린이 환하게 밝아질 때의 기대감. 이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장면에 와르르 웃거나, 슬픈 장면에서 훌쩍일 때의 동질감. 시야 가득 꽉 차게 들어오는 스크린 화면. 우리가 영화관을 사랑하는 이유다. 하지만 눈 닿는 곳마다 초여름이 피어 있는 이 계절을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보내는 것도 아까운 노릇. 서울 곳곳에는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이색 공간이 있다. 와인 한 잔과 함께 예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바, 유명한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다리 밑 팝업 시네마,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상영하는 박물관까지. 로맨틱한 영화와 함께 여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이색 영화관을 소개한다.

여름, 토마토의 계절

여름, 토마토의 계절

사랑의 과일, 늑대의 복숭아, 남국의 감. 토마토의 이름은 하나지만 별명이 여럿이다. 주먹 크기의 탐스러운 열매는 얇은 껍질을 벗기면 과즙으로 가득하고, 물컹하고 끈끈한 점액질에는 처녀의 주근깨같은 씨앗이 알알이 박혀있다. 물이 흥건하고 관능적인 붉은 색을 띄는 토마토를 프랑스인들은 '사랑의 과일'이라고도 했다. 반면 독일에서 토마토의 별명은 ‘늑대의 복숭아’. 불길한 생김새를 띈 과실에는 필시 독이 있어 늑대만큼 위험하다 믿었다. 중국에서는 남쪽에서 온 감이라는 뜻의 ‘남만시’라 부른다. 씨가 있으므로 식물학적으로는 채소가 아니라 과일이지만(그래서 호박과 오이도 과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마토는 채소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왕이 과일을 금하자 군입거리가 궁해진 프랑스 귀족들이 슬쩍 토마토를 채소에 끼워 넣었다는 말도 있고, 초기 미국에서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채소로 분류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풍부한 과즙과 입맛을 돋구는 새큼함, 아삭한 식감을 가진 토마토의 매력은 무궁무진.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 유럽에는 "토마토가 붉게 익을수록 의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지금 가장 맛있는 토마토를 이용해 만든 세계 각지의 요리. 그릇 속에 든 한여름의 풍류다.

한강몽땅 2017

한강몽땅 2017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한강을 말 그대로 몽땅 다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독일의 뮌헨맥주축제의 방문객은 15일 동안 약 650만 명. 약 31일간 열리는 한강몽땅 축제는 작년에만 11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았다. 올해는 한강의 강변, 물 위, 잔디밭, 하늘, 배를 무대로 총 80여 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물론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쓸 수 없는 당신이 80개 프로그램에 모두 갈 수는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것만 가면 올해 여름, 남들보다는 한강에서 잘 놀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대표 프로그램들.

짜릿하고 오싹하게 더위를 얼리는 공포영화

짜릿하고 오싹하게 더위를 얼리는 공포영화

여름에 방영되는 무서운 영화나 쇼를 '납량특집'이라고 한다. 납량은 '더위를 피해 서늘한 기운을 즐긴다'는 뜻. 실제로 공포영화를 보면 몸이 긴장을 해 혈관이 수축되고, 추울 때와 마찬가지로 소름이 돋는다. 또한 식은땀이 많이 나는데, 땀이 증발하면 싸늘함을 느끼게 된다. 무서움을 느낄 때 정말로 '등골이 오싹'한 것이다. 올해 여름에도 체온을 낮춰줄 공포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 섬뜩한 얼굴의 인형, 기묘한 소리, 저절로 울리는 오르골, 심해의 추격자까지. 공포는 당신 옆에 있다.

2017년 여름, 이색 빙수 열전

2017년 여름, 이색 빙수 열전

눈송이처럼 고운 얼음가루를 소담하게 담고, 연유를 쭉 짜 넣고 노오란 콩가루 살살 뿌리며 반질반질 윤이 나는 단팥을 올린 팥빙수. 그릇의 바닥이 드러날 쯤이면 공기가 살짝 싸늘하게 느껴질 만큼 몸을 식혀주는 팥빙수는 여름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이다. 에스 짬뿌르, 할로할로, 바오빙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단팥을 넣은 여름 디저트는 흔하지만, 서양에서 팥빙수는 '괴식'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곡식의 일종인 팥을 달게, 그것도 얼음에 올려서 먹는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보다 다양한 빙수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팥빙수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흥 강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토마토로 만든 시럽을 쓰는가 하면, 자색 고구마를 턱 얹기도 한다. 열대과일에서 땅콩까지, 토핑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2017년 빙수계의 핫한 아이돌로 떠오른 '픽 미' 빙수들을 소개한다.

한국 영화 속 여배우 찾기

한국 영화 속 여배우 찾기

지금은 좀 줄어들었지만, 한동안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확실히 눈에 띄는 20대 여자배우가 드문 것처럼 보이긴 했다. 하지만 과연 그 말을 생각 없이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정말 인재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설마. 연예계는 언제나 좁은 풀이고 사람들은 남아돈다. 올바른 눈만 갖고 있다면 필요한 인재를 고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유행어가 돌던 당시 문제점은 보다 간단했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20대 여자배우가 나와 무언가를 할 작품 자체가 없었다. 일을 해야 경쟁을 해서 역할을 맡고 제대로 평가를 받거나 하지. 그런데 엉뚱하게도 책임은 ‘인재가 부족한’ 불특정한 20대 여자배우들의 풀로 넘어갔다.왜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내가 본 한국 영화는 대부분 남탕이었다. < 동주 >, < 검사외전 > 모두 여자 캐릭터의 비중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 동주 >의 두 여자 조연은 그나마 나름 위엄이라도 있었지만 < 검사외전 >에서 강동원에게 속아넘어가는 역할로만 존재하는 여자들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로맨스 영화인 < 좋아해줘 >는 그래도 두 주인공의 성비가 맞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우리 영화는 여자와 남자의 성비가 맞아요!’라고 자랑할 때는 슬퍼졌다. 어떻게 이런 것이 자랑할 만큼 드문 일이 되었는가.영화계가 남자배우들에게 치우친 건 우리만의 문제점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도 여자배우들에게 일자리가 부족한 건 몇십 년째 마찬가지. 다행히도 최근 들어 그곳에서는 적극적인 개선의 노력이 보인다. 리스 위더스푼과 같은 배우들이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있고 최근까지 한심할 정도로 남탕이었던 코믹북 슈퍼히어로 영화에도 여자 주인공의 비중이 늘어날 예정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 할리우드는 꽤 구경해볼 만한 시대에 와 있다.다시 한국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금 한국 영화의 남초현상은 심지어 한국 영화 역사 안에서 보더라도 기형적이다. 최은희, 김지미, 60년대와 70년대 트로이카 여자배우들의 비중을 생각해보라. 그 어느 때도 여자배우들의 비중이 이렇게 낮은 적이 없었다.여기에 대한 여러 이론이 있다. 여성 관객이 많기 때문에 이성인 남자배우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 하나이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40년대 할리우드에서 베티 데이비스나 조앤 크로포드와 같은 여자배우들이 인기를 끌었을 때 팬들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그들이 나온 영화는 여성관객 대상의 멜로드라마였다. 여성 시청자들의 비중이 높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경우 여자배우들의 입지는 영화만큼 낮지 않다. 액션물을 포함한 장르물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역시 핑계는 안 된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한국 영화의 모든 것이 아저씨화되었고 다른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법 자체를 잊어버렸으며 거기에 대한 핑계를 여자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문제의 원인이 비논리적인 미신적 공포와 끼리끼리 문화라면 해결책을 찾는

멋진 신세계, VR게임 체험하기

멋진 신세계, VR게임 체험하기

고글 하나만 꼈을 뿐인데, 그 너머에는 별것이 다 있다. 외계인이 득실거리는 행성이 있는가 하면, 모래바람 쌩쌩 부는 그랜드 캐년의 협곡이 보이고, 굶주린 좀비가 떼로 달려들기도 한다. 공통점은, 무섭도록 현실적이라는 것. VR,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가상이면 가상, 현실이면 현실이지 가상현실은 뭐람?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때, SF의 고전 < 매트릭스 > 속 모피어스의 명대사를 떠올려보자. 그는 네오에게 말한다. "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꿔본 적이 있나? 그럴 경우 꿈과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겠나?" VR은 가상과 현실, 두 세계 가운데에 존재하는 세계다. 고글을 쓴 사용자는 자신의 오감을 이용해 공간과 시간을 체험하는데, 그에게 VR 속 세계는 ‘실재하지 않되 실재하는’ 세계가 되는 것. 가상의 상황이나 환경을 현실처럼 느끼게끔 하는 이 기술의 사용처는 다양하다. 병원에서 공포증과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거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도슨트 대신 작품을 설명하는데 쓴다. 구호기구인 굿네이버스에서는 아프리카 난민의 실상을 간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VR의 짜릿함을 즐기기엔 게임만한 것이 없다. 롯데월드 지하 3층에는 17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 스페이스가, 시내 곳곳에도 소규모 게임방이 있다. 싸지는 않은 입장료를 내고, 저렇게 오래 기다려서 체험할 가치가 있을까? 그 의문, 에디터도 가졌었다. 그래서 소개한다. 타임아웃 서울의 에디터 세 명이 함께 방문한 홍대 VR 게임방 두 곳의 체험기.

젖을수록 신난다, 물 속에서 뛰노는 축제들

젖을수록 신난다, 물 속에서 뛰노는 축제들

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 에어컨 앞에서 가부좌 틀기? 얼음을 철근 같이 씹어먹기? 틀렸다. 온몸의 모공이 입을 쫙 벌리고, 땀이 개울마냥 졸졸 흘러내릴 때는 자고로 등목이 최고다. 언제 더웠나 싶게 솜털이 바스스 솟아오를 때의 짜릿함은 시원한 물줄기만이 선사할 수 있는 극강의 쾌감. 서울 각지에서 열리는 물축제는 다함께 즐기는 등목을 닮아있다. 다 큰 어른들이 서로 정답게 물을 끼얹어주며 낄낄대거나, 코흘리개처럼 광장을 뛰어다니며 물총을 난사한다. 머리카락을 타고 뚝뚝 물방울이 흘러내려도, 옷이 흠뻑 젖어 몸이 비쳐보여도, 그저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젖힐뿐. 냉수 한 바가지를 끼얹었을 뿐인데, 여름이 이렇게나 즐거워진다.

시원하게 꿀낮잠@정독테라피

시원하게 꿀낮잠@정독테라피

지금 정독도서관이 있는 자리는 조선시대에 궁궐의 과수원, 장원서(掌苑署)였다. 그래서일까, 누구 키가 더 큰지 내기하는 아이들마냥 온갖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졌다. 그 중에서도 단연 명물로 꼽히는 것이 300살 넘은 회화나무. 액운을 쫓는다 하여 상서롭게 여겨진 나무다. 8월 초에 조그맣고 흰 꽃이 조롱조롱 달리는데, 아카시아와 꼭 닮은 달콤한 향기는 바람을 타고 멀리도 날아간다. 울창하게 우거진 잎이 초록색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밑 공터에 대형 해먹, ‘정독 테라피’가 생겼다. 흰색 철제 프레임이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 비스듬하게 펼쳐져 있고, 밧줄로 엮은 그물이 프레임을 빈틈없이 감싼다. 조심스럽게 뒤로 누우면 기다렸다는 듯 등을 안아오는 해먹. 위를 올려다보면 어서 자라며 나무가 잎사귀를 살랑살랑 흔든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지만, 해먹이 설치되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람이 대다수다. 왕들의 땀을 식혀주었을 그늘 밑에서 잠들면, 수백 년 전 서울의 꿈을 꿀지도 모른다.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에 휴관한다.

호로록! 더위를 식히는 쫄깃함, 냉우동 맛집

호로록! 더위를 식히는 쫄깃함, 냉우동 맛집

여름에는 몸을 흐르는 대부분의 피가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피부 쪽으로 쏠린다. 대신 소화기관을 흐르는 피가 줄어들어 기능이 저하되므로, 입맛도 없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는 밀가루가 성질이 따뜻하며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밀가루 음식 하면 면, 그 중에서도 우동을 빼놓을 수 없다. 우동은 요리일까, 면일까. 답은 둘 다다. 일본농림규격(JAS)에 따르면 1.7mm 이상의 면은 모두 우동이다. 이 면을 사용한 요리 역시 우동이라고 불리며, 조리법과 먹는 방법, 또는 면의 특징에 따라 대강 50가지 이상의 우동이 있다. 그 중 히야시우동(冷やしうどん), 즉 냉우동은 일본의 여름철 대표 음식. 히야시는 ‘차갑게 한’이라는 뜻으로, 차가운 츠유를 사용한 우동은 냉우동으로 친다. 오로시(간 무) 히야시 우동, 키츠네(졸인 유부) 히야시 우동 등 위에 올린 고명에 따라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굵고 매끈하며, 탄력 있는 면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서울에도 최근 냉우동을 선보이는 곳이 많아졌는데, 그 중 제대로 된 냉우동을 내놓는 집을 꼽았다. 잡아당겼을 때 1.7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탄력 있는 우동을 ‘코시(탄력)가 있다’고 한다. 먼저 우동을 살짝 깨물어 이에 감기는 면의 코시를 느껴보자. 일본에는 우동 면을 씹지 않고 삼키며 노도고시(목넘김)을 즐기는 이도 있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토핑을 곁들여 먹으면, 몸에도 좋고 입에도 단 한 끼가 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옆 레스토랑

서울시립미술관 옆 레스토랑

덕수궁부터 시작하는 정동길에서는 세월의 고운 손길이 느껴진다. 시간이 고풍스러운 멋을 남기며 스친 이곳엔, 고운 노부인같은 우아함이 있다. 1928년에 지어진 서울시립미술관이 한 예다. 원래 대법원이었던 것을 1995년에 신축하며 르네상스 풍의 전면부를 보존했다. 아름답기로 이름난 미술관으로 2006년에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을 단순한 미술관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야외조각공원에서는 일년 내내 조각전시가 열리고, 자료실에서는 주요 미술관 자료와 학술지를 읽을 수 있다. 밤 10시까지 미술 관련 강의가 열리는 매주 둘째주와 마지막주 수요일의 ‘뮤지엄 나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고종이 살던 덕수궁과 1897년에 지었으니 올해로 120살이 되는 정동교회,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모티브로 한 정동극장까지 둘러보면, 근사한 나들이 코스가 완성된다. 서울 한복판이니 맛있는 식당은 차고 넘치지만, 정동길에 왔으니 이곳에서 잔뼈굵은 식당을 가봐야 할 터. 오랜 내공을 자랑하는 정동길 근처 식당을 소개한다.

이 영화는 꼭!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추천 상영작 3

이 영화는 꼭!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추천 상영작 3

< 김미 데인저 >는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으로 전설적인 펑크 밴드 ‘스투지스’의 보컬 이기팝과 감독 짐 자무쉬의 20년이 넘는 우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펑크록과 얼터너티브록의 토대가 된 록밴드 ‘스투지스’의 기원과 역사적인 공연에 대한 회상 등을 담아내며 올해 영화제 메인 컨셉인 ‘레전더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줄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 ‘김미 데인저(Gimme danger)’를 비롯해 ‘1969’, ‘다운 온 더 스트릿(Down on the street)’ 등 스투지스의 다양한 명곡들은 영화를 보는 이들까지 신나게 만든다. 댄스 스포츠, 자칭 ‘땐뽀’를 통해 꿈과 우정, 희망을 춤추는 열여덟 소녀들이 있다. <땐뽀걸즈>는 조선산업의 몰락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 닥친 세계 조선업 수도 거제시에서 조선소 경리로 취업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섯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KBS 스페셜’을 통해 소개되어 잔잔한 감동을 안긴 < 땐뽀걸즈 >는 이번 음악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극장판을 선보인다. <훌라걸즈>나 <빌리 엘리엇>을 연상시키는 ‘땐뽀반’ 학생들과 선생님의 따뜻한 이야기에 ‘구체적인 밴드’ 윤중과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포크 뮤지션 김사월이 작업한 아름다운 OST가 어우러져 감동을 배가시킨다. 마지막 추천작은국을 횡단하는 크루에 합류한 소녀 ‘스타’가 자유로운 세상에서 진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영화 <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이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수상작으로 제레마이, 샘 헌트, 쥬시 J, E-40 등 빌보드 차트를 휩쓴 히트곡들이 주인공의 여행에 동참한다. 그리고 리아나, 매지 스타, 그리고 영화가 제목을 따온 레이디 앤터벨룸의 컨트리 곡은 오래도록 잔상에 남기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 2017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에서는 김신형 프로그래머가 엄선한 상영작 3편 외에도 객원 프로그래머 김중혁 작가와 배우 천우희가 각각 추천한 영화 < 프랭크 >와 < 헤드윅 > 등 총 24편의 다양한 음악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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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스컬프

메종드스컬프

가정집과 맨션만 늘어선 당인리 발전소 옆 골목길, ‘여기 카페가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마음에 스밀 무렵 하얀 2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때 하나 없는 흰 벽, 주문 제작한 가구와 할로겐 조명이 멋스러운 이 집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옷과 패션 아이템, 생활 잡화다. 해외 디자이너의 제품을 수입하고,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자체 제품을 선보이기도 하는 패션 브랜드 스컬프의 편집숍, 뮤제 드 스컬프이기 때문. 1층엔 패션 액세서리와 생활잡화가, 2층엔 옷이 살고 있다. 스컬프는 조각품(Sculpture)의 축약어다. 조각 하나 없는데, 왜 ‘조각품의 집’이냐는 질문에 “옷이 예술이고, 작품이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햇빛을 쬐듯 창가에 앉은 색색의 양말들, 민트빛 서랍장 위에 걸터앉은 모자, 장식장에 노란 빛을 받으며 놓인 모습이 희귀한 보석을 연상시키는 비누. 스컬프의 제품은 공간 곳곳에 스며들 듯 진열되어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매장으로 사용하는 저택의 방 한 켠은 카페 메종 드 스컬프로 개조됐는데, 이곳 역시 감각적이기로는 숍 못지 않다. 붓질자국 없이 말끔하게 칠한 흰 벽, 반짝반짝 윤이 나는 대리석 테이블은 청결하고 정갈하다. 천장에 드리운 넝쿨식물과 야자수가 뿜는 활기로 자칫 휑할 수 있었던 공간에 생기가 감돈다. 로즈마리 밀크티와 오렌지 초콜릿은 이곳의 간판 메뉴. 특히 로즈마리 밀크티엔 ‘강력한 한 방’이 숨겨져 있다. 우유에 로즈마리와 카다몸,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을 넣었는데, 바닐라 향과 고소하고 달콤한 우유의 풍미, 로즈마리의 쌉쌀한 맛이 주는 청량감을 즐길 수 있다. 열정적인 인스타그래머에게는 생과일 보틀케이크를 추천한다. 신선한 과일로 화려한 꽃을 만들어 장식했고, 카스텔라와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해 보기에도 좋고, 먹기도 좋다.

카페펍아틀란티스

카페펍아틀란티스

“토마토 맥주라고? 웩!” 토마토 맥주를 마시러 간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이다. 이런 열화와 같은 반응(?)은 아마 한국에서 토마토를 이용한 술이 전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밤새 술을 마시고 핏발 선 눈으로 마신다고 해서 ‘레드아이’라 불리는 이 해장용 칵테일은 보드카와 토마토 주스, 맥주와 달걀을 섞어 만든다. 여기에 맥주와 계란을 빼면 ‘블러디 메리’다. 멕시코 칵테일인 '미첼라다'에도 맥주와 토마토, 라임주스에 타바스코 소스가 들어간다. 호기롭게 길을 나섰지만, 지도 앱이 이렇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틸란티스를 찾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헤매다가 엉뚱하게 멕시코 음식점에 들어섰다가 황급히 나온 에디터가 ‘신화 속 환상의 섬만큼 찾기 힘들어 이름이 아틸란티스구나’라고 납득했을 때, 옆에 난 창문 너머로 한 남자가 나풀나풀 손을 흔들었다.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주인장이었다. 집배원이 입구를 못 찾고 문 앞을 세 번이나 지나쳤다는데, 그도 그럴 것이 가게는 몹시 작다. 안에 있는 테이블은 바를 빼면 네 개. 그러나 홍대의 소음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 뚝 떨어진 위치, 사근사근한 주인장의 말투, 혹은 내 핸드폰 속 플레이리스트와 똑같은 선곡. 이 중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마치 미지근한 목욕물처럼 긴장을 풀어준다. 본론으로 들어가, 토마토 맥주의 맛은? 이변 없이 놀랍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예상대로 맥주와 토마토 주스를 섞은 맛. 그러나 절묘한 비율 덕분에 이 단순한 배합이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토마토 맛이 나는 맥주도 아니요, 맥주 맛이 나는 토마토 주스도 아니다. 마실 때는 톡 쏘는 탄산과 쌉싸름한 맛이 영락없는 맥주인데, “푸아-“하고 숨을 내쉬는 순간 달짝지근한 토마토의 맛이 코와 입 안에 퍼진다. 마실 때와 마신 후가 이렇게 다르다니. 연필로 책상 위의 영토를 나눠 갖는 초등학생들처럼, 맥주와 토마토 주스는 확실하게 역할을 분담해 평화롭게 공존한다. 코와 입에 여운처럼 남는 토마토의 싱그러운 풋향이라니. 여름이 가기 전에, 이 비밀스러운 신대륙에서 몇 번은 더 토마토 맥주를 마실 예정이다.

북해빙수

북해빙수

씨가 떨어져 싹을 틔우는 다른 식물과 달리, 땅콩은 떨어진 꽃에서 자라난 암술이 땅에 뿌리를 내려 열매를 맺는다. 꽃에서 열매가 난다 하여 중국 이름도 화생. 맛이 고소하고 좋을 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땅콩을 색다르게 즐기려면? 이곳의 땅콩빙수를 맛볼 일이다. 포슬거리는 얼음이 사기그릇 위에 소담하게 담기고, 그 위에 노오란 꽃가루 같은 땅콩가루가 덮여 있다. 가루눈처럼 가벼운 얼음이 뽀득거리며 녹은 후, 남는 것은 고소하고 달콤한 땅콩의 맛뿐. 맛의 변주를 즐기고 싶다면 함께 나오는 팥과 떡을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히 입맛을 당기는 매력 있는 빙수다. 바닥에 깔린 말린 크랜베리가 곱게 갈린 얼음과 땅콩가루의 식감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는 점은 아쉽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위에 올라간 크림의 맛. 치즈향이 땅콩과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식물성 크림인지 입에 기름기가 남는다. 땅콩가루와 얼음의 조화가 훌륭하니, 뱀의 발 같은 크림과 크랜베리는 과감히 배제해도 좋을 것 같다.

우동 카덴

우동 카덴

< 냉장고를 부탁해 >의 스타 셰프, 정호영의 우동 전문점이다. 정호영은 파리의 르 꼬르동 블루, 미국의 CIA와 함께 세계 3대 조리학교로 알려져 있는 오사카의 쯔지요리학교에서 수학했다. 오사카의 우동은 오래, 정성스럽게 우려 맛이 깊은 국물이 특징. 서울에 있는 우동집 대부분은 면발에 집중하는 사누끼식인데, 이곳은 츠유에도 감칠맛이 담뿍 배어 있다. 그렇다고 면에 소홀하냐면, 천만의 말씀. 이곳의 면은 정호영 셰프가 오랜 연구로 얻어낸 중력분과 강력분의 배합 공식을 사용해 반죽을 만든다. 4~6시간 정도 숙성을 거친 반죽을 발로 밟은 다음(족타 기법이라 한다) 12시간 정도 다시 숙성하면 비로소 면이 완성된다. 면은 폭신하게 입술에 닿고, 씹으면 쫄깃하며, 삼킬 때는 부드러워 체면 불구하고 소리를 내어 빨아들이게 된다. 다양한 냉우동을 맛볼 수 있지만, 츠유를 자작하게 부어먹는 붓카케 토리텐 우동과 간 산마를 올린 야마카케 우동을 특히 추천한다. 끈끈한 점액질 때문에 마를 못 먹는 사람도 있지만, 점액질에 든 뮤틴 성분은 위점막을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다. 산마와 달걀 노른자는 면을 코팅해 식감을 매끈하고 폭신하게 하며, 츠유의 맛에도 즐거운 변화를 준다. 면은 무료로 3번 리필이 가능하며, 우동을 주문하면 미니 규동을 먼저 내준다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비바쌀롱

비바쌀롱

망원동은 개성 넘치는 카페와 식당이 주택가 사이사이에 숨어있어 골목을 느긋하게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가게들은 세련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저마다 감성이 뚜렷해 시선을 잡아끈다. 건물 외관의 빨간색이 눈길을 사로잡는 비바쌀롱은 이런 망원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카페다. 대여섯 평 남짓한 공간은 눈길 닿는 곳마다 인형과 아기자기한 잡화로 가득해 마치 인형 모으기를 즐기는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 아늑하다. 디즈니의 정품 캐릭터 인형과 마리오 피규어, 아이언맨 굿즈는 물론, 키치한 디자인의 코카콜라 디자인 상품이 가득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진열된 모든 인형은 구매할 수 있다. 일본식 인형뽑기 기계인 ‘가챠가챠’로 뽑기 운을 시험하고, 진열된 인형들과 포토타임을 가진 후에는 비바쌀롱의 시그니처 메뉴인 몬스터 라떼를 주문할 차례다. < 새서미 스트리트 >의 쿠키 몬스터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이름이 아깝지 않게 휘핑크림과 오레오, 마시멜로우로 만들어진 쿠키 몬스터의 얼굴이 두둥실 떠있다. 쿠키 몬스터의 친구 엘모와 빅버드도 쟁반에 얌전히 앉아 있어 그야말로 포토제닉하다. 박하맛이 날 것 같은 민트색 크림은 평범한 휘핑크림이고, 라떼 맛이 특별히 감동스럽지는 않지만 뭐 어떤가.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날 만큼 귀여운 라떼이니 말이다. 공간이 다소 좁아 오랫동안 앉아 있기는 힘들지만 햇살 좋은 날, 몬스터 라떼와 함께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더 서클

더 서클

판옵티콘은 공리학자 제레미 벤덤이 고안한 감옥이다. '모든'이라는 뜻의 판(Pan)과 '보다'라는 뜻의 옵티쿠스(Opticus)가 합쳐진 말로, 한 명의 감시자가 모든 죄수를 감시할 수 있는 구조다. 콜로세움처럼 둥근 감옥에는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으며 가운데에는 통제실이 있는데, 이곳은 항상 어두워 죄수는 감시자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죄수는 감시자가 언제 자신을 볼지 모르므로, 항상 그를 의식하며 행동을 조심한다. 감시자는 단 한 명뿐이지만, 이런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죄수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미셸 푸코는 후에 저서 < 감시와 처벌 >에서, 사회가 구성원을 통제하는 방법의 예로 판옵티콘에 대해 언급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은 스스로를 감시하고 검열하며, 권력은 효율적으로 구성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지금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주시하는’ 판옵티콘의 시대 아닐까. 범죄 없이 투명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라곤 없는 사회를 그린 이 영화는 시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개인과 사회, 권리와 의무, 사생활과 공정성은 반의어가 아니건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왜 항상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엠마 왓슨이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의 신입사원 메이를 연기한다. 그녀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에이온(톰 행크스)의 철학에 매료되어 24시간 동안 자신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에 자원한다. 그녀는 곧 SNS 스타로 떠오르고 서클의 핵심 인물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주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개발자 타이(존 보예가)는 메이에게 시스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Linnea’s Garden

Linnea’s Garden

5 out of 5 stars

"General stores" in Korea usually refer to shops that carry a wide variety of miscellaneous goods, often literally whatever the owner wishes to sell, typically located in a small town. And for that, you may easily lose track of time after you walk into these venues. In the past two years or so, lots of new general stores have made its introduction, but unfortunately, most of them seem to sell similar products mostly imported from mainland China. For all those that are tired of these factory made props and looking for a one-of-a-kind general store, Linnea’s Garden might be the answer. Just as I was about to get really tired of “general store-crawl,” Linnea’s Garden came to me and took my heart with every single one of its unique and rare little things. Each and every piece seems like it has its own story, and the warm ambiance of the store instantly melts your cold city-soul as if you’re deep in the woods visiting a little friendly witch’s secret house. Quietly hidden in the back alley of Mangwon Dong, Linnea’s Garden is full of all kinds of cute little items; placemats, coasters, forks, teacups, snowballs, finger puppets, ornaments, etc. Linnea’s selection is unique and rather intriguing—it may have you wonder,“How did he/she get this? From where?” The answer is "all over the world"—through the owner’s acquaintances living in France, Japan, Tibet, China, Taiwan. With the selection, you can obviously tell the owner’s love for witches, animals, and glass pieces. The enormous br

리네아의 가게

리네아의 가게

5 out of 5 stars

잡화점은 잡다한 물건을 파는 가게다.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취급하는 물건도 천차만별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되는 것이 매력이다. 최근 1, 2년간 서울에도 우후죽순처럼 잡화점이 생겨났지만, 대부분이 엇비슷한 중국산 제품을 판다. 이런 공장제 소품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곳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망원동의 골목에 숨어 있는 이 가게는 알록달록한 깔개와 포크, 찻잔 같은 생활용품부터 스노우볼이나 손가락 인형 같은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프랑스, 일본, 티벳과 중국,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지인들을 통해 어렵사리 공수받은 소품들은 척 보기에도 구하기 위해 상당히 발품을 팔았을 것 같은 ‘레어템’. 마녀와 동물, 유리 세공품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기호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큼지막하고 길어 바닥을 쓸기보다는 마녀의 교통수단으로 더 어울릴 법한 짚 빗자루가 곳곳에 있고, 무민에 등장하는 마녀, 엘리샤부터 마녀 배달부 키키까지 다양한 마녀 캐릭터 용품이 즐비하다. 정교한 스노우볼은 먼지 한 톨 없이 맑고 투명해 정신을 집중하고 보면 미래가 보일 것 같다. 바닥에 손으로 정성들여 그린 그림이 새겨진 유리 접시는 주로 프랑스에서 지인을 통해 두 세 개 정도만 수입해온다고. 이미 현지에서는 생산을 중단한 제품도 많아 저절로 한정판이 된 셈이다. 잡화점 순례에는 이력이 난 에디터지만, 워낙 독특하고 희귀한 물건이 많은 이곳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졌다. 소품마다 애정이 뚝뚝 떨어지고, 가게에는 따스한 분위기가 마음을 움직이는 이곳. 숲 속 깊숙이 살고 있는 착한 마녀의 집 같은 곳이랄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로 살기란 쉽지 않다. 여름엔 덥고 겨울은 추운데다가, 쓰레기통을 뒤져 연명하니 말이다. 우는 소리가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해 왠지 오싹하다는 이유로 고양이는 한국에서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명 ‘캣대디’와 ‘캣맘’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보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5월 14일, 한국 최초의 길고양이 출신 고양이 ‘찡찡이’가 퍼스트캣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의 길고양이가 어떤 삶을 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는 영화라, 동물과 사람이 행복한 한국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볼 만 하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한국의 길고양이가 길고양이와 사람이 행복하게 공존하고 있는 이웃나라 대만과 일본으로 직접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고양이는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대만 허우통과 ‘고양이 섬’ 일본의 아이노시마를 여행하며 고양이와 사람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묘안’을 궁리한다. 고양이는 그저 이곳저곳을 느긋이 다닐 뿐이며, 동물 복지에 대해 소리를 높이거나 자신의 삶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가 끝날 무렵, 깨닫게 된다. 사람과 고양이가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로드무비, 즉 여행을 하며 길 위에서 다양한 사건과 사람, 고양이를 만난다는 컨셉의 영화인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영화 제목에 걸맞게 1인묘(?) 시점, 즉 고양이의 시선을 영상에 담아내 몰입도를 높였다는 것도 특징이다. 연예계의 소문난 집사인 밴드 씨엔블루의 드러머, 강민혁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두 마리의 반려묘, 쿵치치와 음따따를 키우는 집사기도 한 그는 흔쾌히 영화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서울로 7017

서울로 7017

45년간 자동차 길로 이용되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새로운 보행길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로7017'은 만리동에서 시작해 남대문시장을 지나 퇴계로를 잇는 고가 철도를 보행로로 만든 것인데, 총 17개 연결로를 통해 회현역과 남산육교, 서울역광장, 청파동, 중림만리길 등으로 갈 수 있다. 경쾌한 발걸음이 들릴 것 같은 이 보행로의 마크는 젊은 예술가 집단인 베리준오(VJO)가 디자인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네덜란드의 세계적 조경 건축가인 위니 마스(Winy Maas)가 맡았다. 서울로7017 보행길 은 사업 추진 전부터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 조경물 등이 설치된다. 특히, 사계장미, 사과나무, 산사나무, 잣나무를 포함한 200종 이상의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북카페와 꽃집, 도서관과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장, 다양한 문화공연이 수시로 열리는 장미무대와 목련무대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서울로7017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다국어 안내가 가능한 관광안내소와 7017 기념관 그리고 서울과 한류 관련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호기심 화분 등을 조성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3 out of 5 stars

전편에서 악당 타노스에 맞서 은하계를 구했던 마블의 올스타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더욱 거대한 적에 맞선다. 캐릭터와 줄거리는 전편에 비해 한층 풍성해졌다. 폼생폼사인 리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가모라(조 샐다나),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로켓(브래들리 쿠퍼) 등 원년 멤버를 비롯해, 조연들도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드랙스는 큰 몸집과 괴력을 가졌지만 독특한 유머감각을 가졌으며, 전편에서 멤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후 다시 태어난 베이비 그루트(빈 디젤)은 음악만 있으면 흥부자가 되는 영화의 ‘귀요미’ 캐릭터다. 마성의 우주 사냥꾼 욘두(마이클 루커)도 빼놓을 수 없다. 전편에서는 스타로드를 괴롭혔던 그는 이 영화에서 ‘가.오.갤’ 멤버로 합류해 악당에 맞선다. 이밖에도 스타로드의 아버지 에고, 맨티스, 네뷸라 등 다양한 마블 감초 캐릭터가 등장한다. 음악 역시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전편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리더 스타로드에게 그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이 바로 ‘끝내주는 음악 모음집’ 테이프였던 것. 테이프의 수록곡은 영화 주요 장면에 삽입되었으며, 앨범 역시 OST 앨범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영화 제작을 맡은 제임스 건은 믹스테이프를 만들어놓고 이야기에 맞는 곡을 대본에 적는 과정을 거쳐 수록곡을 선정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이후 개봉할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로 '어벤져스' 시리즈에 합류한 후의 '가.오.갤'멤버들을 그릴 후속편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꼭 봐야 하는 영화다. 

보스 베이비

보스 베이비

2 out of 5 stars

일곱 살 팀(토비 맥과이어)은 어느 날 굴러들어온 아기 동생(알렉 볼드윈)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모두 빼앗긴다. 부모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완벽히 다른 이 동생의 정체는 사실 베이비 주식회사의 보스, 게다가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근무 중인 스파이이기도 한데, 팀은 부모님을 되찾기 위해, '보스 베이비'는 라이벌을 무찌르기 위해 '적과의 동업'을 시작한다. 가끔은 살벌하고, 가끔은 배꼽 빠지도록 웃기며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